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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2 행복한 동행 - 난민촌의 눈동자들 (13)
  2. 2010.07.15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10)
좋은 글 소개2010.07.22 14:09

...
난민촌여인

파란색 바탕에 흰 글씨로 UNHCR(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이라 쓴 간판이 나무 그늘 밑에 세워져 있다. 탄자니아 키고마 난민촌에 온 걸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한 아이가 큼직한 성인용 신발 윗부분을 끈으로 묶어 조이고 비칠비칠 걸어간다. 그러나 난민캠프 아이들 대부분은 맨발이다. 할 일도 없이 그냥 몰려다니고 있다. 그 와중에도 텐트에 옷이나 비누 등을 차려 놓은 생필품 가게가 있고, 약국도 있다. 피스프렌드의 난민촌 페스티벌을 도와주는 키고마 YMCA 스태프들이 깃발을 흔들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축제는 콩고의 토착 그리스도교라 할 수 있는 킴방구교 캠프에서 진행되었다. 인원이 천여 명에 불과하고 질서 유지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난민들이 진행하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어 출연하며, 또한 관객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축제는 먹을거리 때문에 더욱 신이 난다. 무엇이든 현지 조달이 원칙인 우리의 급식 지원팀은 키고마 시내를 뒤져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과 과일, 음료 등을 실어 왔다. 또한 난민 중에서 요리 팀을 뽑아 동아프리카 대표 음식인 우갈리와 수꾸마, 마칸데 등을 직접 요리하게 했다. 그리하여 그들 손으로 만든, 너무나 역동성 있는 그들의 생명감과 끼로 채워진 페스티벌은 우려에 찬 시선으로 나를 보던 보수적인 UN직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면서 이틀 동안 진행되었다.


페스티벌이 끝난 늦은 밤, 나는 벽돌로 쌓은 관리지구 담 안에 제공된 텐트에 누워 UN경비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단잠이 들었다. 그리고 페스티벌이라는 짐과 긴장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아침이 되자 여러 사람의 눈동자가 차례차례 내 뇌리를 스쳤다.


영정사진을 찍어 주자 너무나 고마워하던 에이즈 환자, 아픈 아내를 위해 음악을 들려주던 사내와 그 순간에도 화장을 하던 가난한 여인,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춤을 추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던 청년이 거기에 있었다. 배고픔보다 모욕을 당하는 것을 더 부끄러워하고, 자신이 가장 힘들 때에도 남을 도우려는 인간의 자부심을 보여 주던 사람들. 아이 하나가 나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언제나 몽롱하고 졸린 듯한 나의 눈을….


            
                                                                                                    황학주  《행복한동행》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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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제옥수수재단
좋은 글 소개2010.07.15 14:29
한 여인의 이야기...
여인

 재판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난다. …… 이러한 만남 가운데 오래전에 법정에서 증인으로 만났던 한 여성을 잊을 수가 없다. 단 한 번 만났지만 그녀가 보여 준 기품과 용기는 감동적이었다.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우울해질 때면 그녀를 생각하며 다시 힘을 얻곤 한다.

그녀는 자신이 겪은 끔찍한 사건에 관해 증언하려고 법정에 출석했다. 남편이 그녀 몰래 여섯 살, 네 살 된 두 딸에게 독극물이 든 우유를 먹여 절명하게 했던 것이다. 남편 자신도 남은 우유를 마셨으나 목숨을 건졌고 살인죄로 재판을 받았다. ……

그녀에게도 딸들은 삶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 사이 남편은 여러 번 실망스러운 일들을 저질러 그녀를 힘들게 했고, 애정도 이미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일기장에는 두 딸의 출생 때부터 죽기 전날까지 같이 지낸 일상과 딸들이 세상을 돕는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길 기도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세 모녀가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깔깔대며 뒹구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그녀는 힘든 생활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다. ……

그러나 남편은 시간이 갈수록 세상을 살아갈 자신감을 잃고 두려움에 빠져 딸들과 동반 자살을 결심했다. 딸들이 자기처럼 비참한 삶을 살 바에야 차라리 일찍 세상을 떠나보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피고인 신문이 끝난 후, 재판부 직권으로 그녀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형량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법정에 나온 그녀는 예상보다 몸이 훨씬 더 불편해 똑바로 걷지도 못했다. 심장병과 척수염, 류머티즘으로 날마다 여러 종류의 약을 먹고 있어서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다고 했다.

증언대에서 그녀는 딸들을 살릴 수 있다면 자기 목숨이라도 바치겠다고 흐느꼈다. 그러나 곧 눈물을 거두고 차분한 태도로 남편에 관하여 증언했다. 처음에는 분노로 남편을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는 더 이상 남편과 살 수도 없고 애정도 전혀 없지만, 재판부에 편지를 낸 이유는 남편이 '정당한' 판결을 받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남편이 아이들을 미워해서 죽인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에서 받을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죽게 한 것이며, 잘못은 남편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약한 남편에게 가벼운 형을 주어 한 번이라도 사람답게 살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증언을 끝맺었다. ……

지독한 가난 속에서 중병을 앓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아이들을 밝게 키워 온 그녀 내면의 힘. 이것이 삶에 대한 진정한 용기 아닐까? 인간의 가치는 결코 외적인 능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녀야말로 작고 약한 외모 안에 진정으로 위대한 힘을 가진 놀라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나에게 온몸으로 깨우쳐 준 스승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그녀처럼 '훌륭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감히 고백한다.

- 윤재윤 판사의 《우는 사람과 함께 울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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