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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8 돈보다 값진 '나눔'… 재능을 나눕시다
좋은 글 소개2010.01.08 09:50

세계적 피아니스트 서혜경 암투병이후 무료 레슨봉사 "연주 목표, 나에서 우리로"
노점상 부모 둔 '獨콩쿠르 1등' 이수미도 제자
"저소득층 지원하는 음악교육 재단 절실해요"



정씨는 이 대학 학생도 아니고 서 교수의 정식 제자도 아니다. 발달장애(3급)를 가진 정씨는 지난달 4일 서울시 장애인체육회 송년의 밤 행사에서 서 교수와 함께 피아노 연주를 한 인연이 있었다. 그때 서 교수가 정씨에게 무료로 특별 지도를 해주겠다고 했다. 서 교수는 "연주 소리가 맑고 순수했다"며 "몇 가지 습관만 바꾸면 더 좋은 소리를 낼 것 같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정씨 말고도 형편이 어려운 여러 명의 학생과 피아니스트들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대가(大家)'의 1~4차례 특별 레슨만으로도 '제자'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서 교수는 5살부터 밤낮으로 88개의 피아노 건반만 보며 살았다. 9살 때 국립교향악단과 협연한 서 교수는 1980년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 1988년 미국 카네기홀이 선정한 올해의 피아니스트, 2000년 미국 팜비치 국제콩쿠르 1위를 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그런 그가 무료로 특별 레슨 봉사를 하는 데는 계기가 있었다. 서 교수는 "시련으로 닥쳤던 유방암을 극복한 이후 연주의 목표가 '나'에서 '우리'로 바뀌었다"고 했다.


2006년 10월 서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가슴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는 겨드랑이 림프샘까지 번져 있었다. 암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도 일본의 도쿄·후쿠오카·고베 순회공연을 예정대로 마쳤다. 서 교수는 "당시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며 "귀국 후 다른 병원에서도 정밀 검진을 받았는데 똑같은 진단이 나왔다"고 했다. 병원 의료진은 서 교수에게 "가슴과 어깨 근육, 신경을 절제하면 치료가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오른손으로 피아노는 더 이상 칠 수 없다"고 했다. 서 교수는 "피아노를 그만두라는 건 나보고 죽으라는 말과 똑같다"며 수술을 거부했다.

서혜경 교수는 7명의 암 전문의를 찾아갔다. 그중 5명이 "피아노를 포기하라"고 권유했다.

서 교수는 "암 완치가 힘들더라도 일단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수술을 해 달라"고 의사에게 요구했다.

2007년 4월 21일 그는 암세포만 제거하고 피아니스트에게 필요한 신경과 근육 조직은 남기는 정밀 수술을 받았다.

"수술 3일 후 피주머니를 차고 병원에서 뛰쳐나와 피아노가 있는 집으로 달려갔어요. 심호흡을 한 뒤 오른손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눌렀어요. 손끝에서 청아한 울림이 퍼졌습니다. 눈물 나도록 신이 나서 그대로 오펜바흐의 곡 '호프만의 뱃노래'를 연주했어요. 4월 21일은 제 두 번째 생일입니다."


피아니스트 서혜경

▲ 피아니스트 서혜경(50) 교수가 지난달 19일 경희대 음대 교수실에서 피아니스트 정수진(25)씨를 무료로 지도해주고 있다. 서 교수는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특별 레슨을 하고 환자와 가족을 위한 연주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는“암을 극복한 이후 연주의 목표가‘나’에서‘우리’로 바뀌었다”고 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서 교수는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2008년 1월 22일 서울 예술의 전당 무대에 다시 섰다. 복귀 무대에서 그가 도전한 곡은 고도의 기교와 표현력이 필요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이었다. 서 교수는 격정적으로 연주했다. 양쪽 귀걸이가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 청중은 물론 악단도 눈물의 박수를 보냈다. 서 교수는 "옛날 같으면 실수 없는 완벽한 연주를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지만, 투병 이후 즐기면서 연주하게 됐고 소리도 더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했다.

서 교수는 그때 이후 피아노 연주를 통한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에서 한국인 환자를 위한 모금 연주회를 열었고, 서울대병원 유방암 환우회 위문 연주도 했다. 경희의료원에서는 3년째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콘서트도 열고 있다. 지난달 9일 한국여성재단 '딸들에게 희망을 음악회' 공연에도 함께했다.

그는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돕기에도 적극 나선다. 지금까지 20여명이 서 교수의 특별 레슨을 받았다. 2005년 독일 연방 청소년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던 피아니스트 이수미(24)씨도 서 교수의 특별한 제자다. 이씨는 부모가 대구와 경산에서 양말 노점상을 하는 상황에서도 장학금으로 학업을 계속했다. 서 교수는 독일 데트몰트 음악대학에 유학 중인 이씨가 지난해 5월 잠시 귀국했을 때 서울로 불러 3개월 동안 이씨를 가르쳤다.

서 교수는 "이씨의 재능을 직접 확인하고 자신감을 넣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서 교수는 대구에 머물던 이씨가 서울에 올라와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차비까지 보태줬다. 이씨 집에 연습용 피아노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악기회사에 부탁해 그랜드 피아노를 보냈다.

서 교수는 이씨의 우상이었다. 이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방에 서 교수 사진을 붙여놓고 '나도 저렇게 돼야지'하고 매일 다짐했다고 한다. 이씨는 막상 서 교수를 만나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씨 연주를 듣고 서 교수는 "네 소리는 자신감을 가져도 돼"라고 했다. 서 교수는 이씨가 슬럼프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던 것이다. 독일에 체류 중인 이씨는 "독일 교수님들이 '몇 개월 사이에 소리가 좋아졌다'는 칭찬을 했다"며 "서 교수님이 없었더라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국제 콩쿠르에 나갈 계획인 이씨는 그때도 도와주겠다는 서 교수의 약속을 받고 마음 든든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같은 음악교육 재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1975년 설립된 엘 시스테마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나눠주고 음악 교육을 해 왔다. 현재 30여만명의 베네수엘라 청소년이 교육을 받고 있다. 그 결과 마약과 범죄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음악으로 새 삶을 찾았다. LA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등 뛰어난 음악가도 여럿 배출했다. 서 교수는 "우리도 제대로 지원만 받는다면 두다멜과 같은 훌륭한 음악가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음악교육 봉사를 위해 설립 중인 '서혜경 예술·복지재단(가칭)'에 '명예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서 교수는 지난해 11월 연주 공연 봉사의 공을 인정받아 받은 효령상의 상금 1000만원도 재단 설립자금으로 기부했다. 서 교수는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음악을 접하기 힘든 지역에도 찾아가 공연을 여는 등 앞으로 재단 활동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예술가들의 재능은 국가·사회의 혜택과 대중의 사랑으로 얻은 것이니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많은 선·후배 연주자와 음악인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 교수는 "암 완치가 힘들더라도 일단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수술을 해 달라"고 의사에게 요구했다.

2007년 4월 21일 그는 암세포만 제거하고 피아니스트에게 필요한 신경과 근육 조직은 남기는 정밀 수술을 받았다.


"수술 3일 후 피주머니를 차고 병원에서 뛰쳐나와 피아노가 있는 집으로 달려갔어요. 심호흡을 한 뒤 오른손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눌렀어요. 손끝에서 청아한 울림이 퍼졌습니다. 눈물 나도록 신이 나서 그대로 오펜바흐의 곡 '호프만의 뱃노래'를 연주했어요. 4월 21일은 제 두 번째 생일입니다."

서 교수는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2008년 1월 22일 서울 예술의 전당 무대에 다시 섰다. 복귀 무대에서 그가 도전한 곡은 고도의 기교와 표현력이 필요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이었다. 서 교수는 격정적으로 연주했다. 양쪽 귀걸이가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 청중은 물론 악단도 눈물의 박수를 보냈다. 서 교수는 "옛날 같으면 실수 없는 완벽한 연주를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지만, 투병 이후 즐기면서 연주하게 됐고 소리도 더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했다.

서 교수는 그때 이후 피아노 연주를 통한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에서 한국인 환자를 위한 모금 연주회를 열었고, 서울대병원 유방암 환우회 위문 연주도 했다. 경희의료원에서는 3년째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콘서트도 열고 있다. 지난달 9일 한국여성재단 '딸들에게 희망을 음악회' 공연에도 함께했다.


피아니스트 이수미

▲ 서혜경 교수가 무료로 가르치고 있는 제자 중 한 명인 피아니스트 이수미씨. 서 교수 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이씨에게 연습용 그랜드 피아노를 지원했고, 국제 콩쿠르 준 비도 도와주기로 약속했다./이수미씨 제공




그는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돕기에도 적극 나선다. 지금까지 20여명이 서 교수의 특별 레슨을 받았다. 2005년 독일 연방 청소년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했던 피아니스트 이수미(24)씨도 서 교수의 특별한 제자다. 이씨는 부모가 대구와 경산에서 양말 노점상을 하는 상황에서도 장학금으로 학업을 계속했다. 서 교수는 독일 데트몰트 음악대학에 유학 중인 이씨가 지난해 5월 잠시 귀국했을 때 서울로 불러 3개월 동안 이씨를 가르쳤다.

서 교수는 "이씨의 재능을 직접 확인하고 자신감을 넣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서 교수는 대구에 머물던 이씨가 서울에 올라와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차비까지 보태줬다. 이씨 집에 연습용 피아노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악기회사에 부탁해 그랜드 피아노를 보냈다.

서 교수는 이씨의 우상이었다. 이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방에 서 교수 사진을 붙여놓고 '나도 저렇게 돼야지'하고 매일 다짐했다고 한다. 이씨는 막상 서 교수를 만나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씨 연주를 듣고 서 교수는 "네 소리는 자신감을 가져도 돼"라고 했다. 서 교수는 이씨가 슬럼프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던 것이다. 독일에 체류 중인 이씨는 "독일 교수님들이 '몇 개월 사이에 소리가 좋아졌다'는 칭찬을 했다"며 "서 교수님이 없었더라면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학교를 졸업하고 국제 콩쿠르에 나갈 계획인 이씨는 그때도 도와주겠다는 서 교수의 약속을 받고 마음 든든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같은 음악교육 재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1975년 설립된 엘 시스테마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나눠주고 음악 교육을 해 왔다. 현재 30여만명의 베네수엘라 청소년이 교육을 받고 있다. 그 결과 마약과 범죄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음악으로 새 삶을 찾았다. LA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등 뛰어난 음악가도 여럿 배출했다. 서 교수는 "우리도 제대로 지원만 받는다면 두다멜과 같은 훌륭한 음악가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음악교육 봉사를 위해 설립 중인 '서혜경 예술·복지재단(가칭)'에 '명예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서 교수는 지난해 11월 연주 공연 봉사의 공을 인정받아 받은 효령상의 상금 1000만원도 재단 설립자금으로 기부했다. 서 교수는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음악을 접하기 힘든 지역에도 찾아가 공연을 여는 등 앞으로 재단 활동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예술가들의 재능은 국가·사회의 혜택과 대중의 사랑으로 얻은 것이니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많은 선·후배 연주자와 음악인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처 : 조선일보 - 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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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제옥수수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