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소개2010.07.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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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여인

파란색 바탕에 흰 글씨로 UNHCR(유엔 난민 고등 판무관)이라 쓴 간판이 나무 그늘 밑에 세워져 있다. 탄자니아 키고마 난민촌에 온 걸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한 아이가 큼직한 성인용 신발 윗부분을 끈으로 묶어 조이고 비칠비칠 걸어간다. 그러나 난민캠프 아이들 대부분은 맨발이다. 할 일도 없이 그냥 몰려다니고 있다. 그 와중에도 텐트에 옷이나 비누 등을 차려 놓은 생필품 가게가 있고, 약국도 있다. 피스프렌드의 난민촌 페스티벌을 도와주는 키고마 YMCA 스태프들이 깃발을 흔들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축제는 콩고의 토착 그리스도교라 할 수 있는 킴방구교 캠프에서 진행되었다. 인원이 천여 명에 불과하고 질서 유지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난민들이 진행하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어 출연하며, 또한 관객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축제는 먹을거리 때문에 더욱 신이 난다. 무엇이든 현지 조달이 원칙인 우리의 급식 지원팀은 키고마 시내를 뒤져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과 과일, 음료 등을 실어 왔다. 또한 난민 중에서 요리 팀을 뽑아 동아프리카 대표 음식인 우갈리와 수꾸마, 마칸데 등을 직접 요리하게 했다. 그리하여 그들 손으로 만든, 너무나 역동성 있는 그들의 생명감과 끼로 채워진 페스티벌은 우려에 찬 시선으로 나를 보던 보수적인 UN직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면서 이틀 동안 진행되었다.


페스티벌이 끝난 늦은 밤, 나는 벽돌로 쌓은 관리지구 담 안에 제공된 텐트에 누워 UN경비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단잠이 들었다. 그리고 페스티벌이라는 짐과 긴장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아침이 되자 여러 사람의 눈동자가 차례차례 내 뇌리를 스쳤다.


영정사진을 찍어 주자 너무나 고마워하던 에이즈 환자, 아픈 아내를 위해 음악을 들려주던 사내와 그 순간에도 화장을 하던 가난한 여인, 죽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춤을 추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던 청년이 거기에 있었다. 배고픔보다 모욕을 당하는 것을 더 부끄러워하고, 자신이 가장 힘들 때에도 남을 도우려는 인간의 자부심을 보여 주던 사람들. 아이 하나가 나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언제나 몽롱하고 졸린 듯한 나의 눈을….


            
                                                                                                    황학주  《행복한동행》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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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제옥수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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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제옥수수재단

옥수수박사_김순권

옥수수박사 김순권


옥수수 씨앗 하나로 남북 통일과 세계 평화의 꿈을 가꾼다.”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이자 경북대 석좌교수인 김순권 박사(64)의 남다른 인생을 얘기할 때 하는 말이다.
 
그의 꿈은 원대하지만 길은 외길이다. 옥수수로 시작해 옥수수로 끝난다. 북한 동포들을 먹여 살리는 일, 남북 교류의 문호를 넓히는 일,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일까지 질 좋은 옥수수 하나로 해결된다는 믿음이다. 실제 그는 17년 동안 나이지리아에 있으면서 아프리카에 맞는 옥수수를 개발해 아프리카 기아문제 해결에 크게 공헌했다.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 및 생리의학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올랐으니 옥수수로 세계 평화를 이룬다는 꿈의 절반쯤은 이미 이룬 셈이다.

남북통일에 기여한다는 꿈은 언제쯤 가시화될 수 있을까. 남북관계는 작은 정치 변수 하나에도 심하게 일그러지고 요동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그래도 김 박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늦어도 20년 뒤면 통일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물론 이는 그의 느낌에 불과하다. 다만 그가 1998년부터 지금까지 북한을 가장 많이 방문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는 있다. 북한 내에 그가 지휘하는 옥수수 농장이 여러 곳 있어 연구실 드나들 듯 해온 것이다. 한 번 갈 때마다 농장을 둘러보는 데 1, 2주일은 걸리기 때문에 지금까지 북한에 머문 날을 합하면 1년도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박사는 9월 12일께 다시 방북길에 오른다. 지난 5월에 이어 올들어 세 번째, 통산 51번째다. 김 박사에게는 새삼스러울 게 없는 방북이지만 남북관계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는 시점이라는 데 눈길이 쏠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 장례식에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한 것을 계기로 남북 당국 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 ‘이종탁이 만난 사람’이 김 박사를 찾아간 것은 이런 기회에 옥수수로 남북통일의 꿈을 이루겠다는 그의 꿈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경기 안성의 농협농장 옥수수밭에서 있었으며, 모자란 이야기는 서울로 올라오는 자동차 안에서 이어갔다.

약속된 시간 옥수수밭에 갔을 때 김 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 남자(알고 보니 동티모르에서 온 유학생이었다)에게 “옥수수 박사님을 만나뵈러 왔다”고 하자 옥수수 덤불 사이로 들어가 김 박사를 불러내 줬다. 장대처럼 솟은 옥수숫대를 밀치고 나온 김 박사는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그 위에 모자를 얹어 쓴 전형적인 농부 모습이었다.
 
여기서 무얼 하시는 겁니까.
“여기가 농협 소유의 농장인데 이곳 땅 1000평을 빌려 경기지역에 맞는 옥수수를 개발해 보려고 시험 재배하고 있습니다. 미국종자 1종, 농진청 것 7종, 내가 연구한 1000종을 비교 파종했어요. 오늘은 그동안 어떤 녀석이 얼마나 잘 자랐나 살펴서 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종자별로 차이가 많이 납니까.
“그럼요. (노란 옥수수를 보여주며)이게 미국산인데 거의 다 벌레 먹고 병에 걸렸잖아요. 우리 땅에서 잘 자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내가 뿌린 1000종 가운데에서도 어떤 것은 키가 크고 알이 굵지만 어떤 것은 잘게 나타납니다.”

실한 놈을 찾아내면 그게 새로운 슈퍼옥수수가 되는 건가요.
“그렇지요. 예컨대 ‘안성슈퍼1호’ 하는 식으로 이름을 붙여야지요.”

그동안 개발한 슈퍼옥수수를 그냥 심으면 안됩니까? 여기 농진청 종자로 심은 ‘수원 19호’는 1976년 김 박사님이 농진청 재직 때 개발한 것으로 북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았습니까.
“옥수수는 날씨에 예민합니다. 그 지역의 기후조건에 맞는 품종이어야 해요. 같은 지역이라 해도 기후가 자꾸 달라지기 때문에 새로운 품종을 계속 개발해 줘야 합니다.”

그래서 그의 옥수수 연구는 끝이 없다. 남한 내에서도 경상도와 경기도 지역 품종이 달라야 하니 북한과 그가 지원하는 동남아 각국의 옥수수를 개발하려면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환갑을 넘긴 나이임에도 옥수수밭에서 일할 때 손길은 여느 젊은이보다 힘있고 민첩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이번에 또 북한 가신다면서요. 특별한 목적이 있습니까.
“지금까지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북한에 3만5000종의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여기서 좋은 품종 17종을 골랐고, 10종을 우선 보급 중에 있습니다. 이게 잘 크고 있나 현장을 보러 가는 것이지요.”

북한 기후는 옥수수가 자라는 데 적합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북한은 옥수수 재배에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의 콘 벨트(옥수수 지대)와 같은 위도(북위 35~42도)에 자리한 데다 밤낮의 기온 차가 크고, 경사지가 많아 물빠짐이 좋습니다. 옥수수 종자 생산 기지로도 훌륭합니다. 옥수수 꽃가루는 400~1000m를 날아가기 때문에 평야지대에선 이곳 저곳으로 꽃가루가 날아들어 한 군데 섞입니다. 그러면 종자 연구가 안 되죠. 그러나 북한은 그런 꽃가루가 날아드는 것을 산이 차단시켜 주니 이 문제 또한 없습니다. 옥수수야말로 북한 최고의 식물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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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제옥수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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