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1.03 1006 개의 동전 (6)
  2. 2010.08.23 늦은 후회 (6)
좋은 글 소개2010.11.03 13:53





1006개의 동전



예상은 하고 갔지만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얼굴 한쪽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코가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할 말을 잃고 있다가 내가 온 이유를 생각해내곤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회복지과에서 나왔는데요."

"너무 죄송해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요. 어서들어오세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밥상 하나와 장롱 뿐인 방에서 훅하고 이상한 냄새가 끼쳐 왔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어린 딸에게 부엌에 있는 음료수를 내어 오라고 시킨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얼굴은 언제 다치셨습니까?"

그 한 마디에 그녀의 과거가 줄줄이 읊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집에 불이 나 다른 식구는 죽고 아버지와 저만 살아 남았어요."

그때 생긴 화상으로 온 몸이 흉하게 일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 허구헌날 술만 드셨고 절 때렸어요.

아버지 얼굴도 거의 저와 같이 흉터 투성이였죠.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집을 뛰쳐

나왔어요."

그러나 막상 집을 나온 아주머니는 부랑자를 보호하는 시설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몇 년간을 지낼 수 있었다.


"남편을 거기서 만났어요. 이 몸으로 어떻게 결혼할 수 있었느냐고요?

남편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죠."

그와 함께 살 때 지금의 딸도 낳았고,

그때가 자기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남편은 딸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후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은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전철역에서 구걸하는 일 뿐...


말하는 게 힘들었는지 그녀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성형 수술을 했지만

여러번의 수술로도 그녀의 얼굴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무슨 죄가 있나요. 원래 이런 얼굴.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수술만 하면 얼굴이 좋아져 웬만한 일자리는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곧 절망으로 뒤바뀌고 말았단다.


부엌을 둘러보니 라면 하나, 쌀 한 톨 있지 않았다. 상담을 마치고.

"쌀은 바로 올라올 거구요. 보조금도 나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며 막 일어서려고 하는데 그녀가 장롱 깊숙이에서 뭔가를 꺼내 내 손에

주는 게 아닌가?

"이게 뭐예요?"

검은 비닐 봉지에 들어서 짤그랑 짤그랑 소리가 나는 것이 무슨 쇳덩이 같기도 했다.

봉지를 풀어보니 그 속 안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하나 가득 들어 있는게 아닌가?

어리둥절해 있는 내게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 것이었다.


"혼자 약속한 게 있어요. 구걸하면서 1000원짜리가 들어오면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가 들어오면 자꾸만 시력을 잃어가는 딸아이 수술비로 저축하고,

그리고 100원짜리가 들어오면 나보다 더 어려운 노인분들을 위해 드리기로요.

좋은 데 써 주세요."


내가 꼭 가져 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뒤로 하고

집에 돌아와서 세어 보니 모두 1006개의 동전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그 돈을 세는 동안 내 열 손가락은 모두 더러워졌지만

감히 그 거룩한 더러움을 씻어 내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한밤을 뜬 눈으로 지새고 말았다.


- 출처:'낮은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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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제옥수수재단
좋은 글 소개2010.08.23 13:25


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살다시피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심한 화상을 입어 자식들을 돌볼 수가 없어
     고아원에 맡겨 놓고
     시골의 외딴집에서 홀로 살았습니다.

     한편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라며 나타난 사람은
     화상을 입어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손가락은 붙거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낳아준 아버지란 말이야?"
     자식들은 충격을 받았고,
     차라리 고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더 좋았다며
     아버지를 외면해 버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혼자 외딴집에서 지냈습니다.

     몇 년 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동안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던 자식들인지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을 낳아준
     아버지의 죽음까지 외면할 수 없어서
     시골의 외딴집으로 갔습니다.

     외딴집에서는 아버지의 차가운 주검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을 노인 한 분이 문상을 와서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버릇처럼 화장은 싫다며
     뒷산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를 산에 묻으면
     명절이나 때마다 찾아와야 하는 등 번거롭고 귀찮아서
     화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온 자식들은
     다시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덮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들을 비롯해
     아버지의 흔적이 배어 있는 물건들을 몽땅 끌어내
     불을 질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책들을 끌어내 불 속에 집어넣다가
     빛바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불길이 일기장에 막 붙는 순간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꺼내 불을 껐습니다.
     그리곤 연기가 나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다가
     그만 통곡하고 말았습니다.
     일기장 속에는 아버지께서 보기 흉한 얼굴을 가지게 된
     사연이 쓰여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습니다.

     일기장은 죽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로 끝이 났습니다.
     "여보! 내가 당신을 여보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
     놈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 날 당신을 업고 나오지 못한 날 용서하구려.
     울부짖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당신만을 업고 나올 수가 없었다오.
     이제 당신 곁으로 가려고 하니
     너무 날 나무라지 말아주오.
     덕분에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오.
     비록 아버지로서 해준 것이 없지만 말이오..."

     "보고 싶은 내 아들 딸에게.
     평생 너희들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짐만 되는 삶을 살다가 가는구나.
     염치 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을 하려한다.
     내가 죽거들랑 절대로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난 불이 싫단다.
     평생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리며 30년 넘게 살았단다.
     그러니 제발...!"

     뒤늦게 자식들은 후회하며 통곡하였지만
     아버진 이미 화장되어 연기로 사라진 뒤였습니다.

출처- 사랑방 새벽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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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국제옥수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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