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중략)
수줍은 미소를 가진 인도 소년이 배달해 온 짜이를 권하며 미스터 굽타가 말했다.
"당신의 여행 일정이 헝클어진 건 참으로 안 된 일이오.
하지만 인도를 여행하는 당신에게 내가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소."
그는 짜이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의 일이오.
영국인들은 인도에서의 골치 아픈 생활을 잊고 여가도 즐길 겸 캘커타에 골프장을 하나 만들었소.
그런데 골프를 칠 때마다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나타난 것이오.
그것은 다름아닌 원숭이들이었소."
그의 설명에 따르면,
원숭이들은 영국인들이 쳐올린 골프공이 필드에 떨어지자마자 얼른 집어가 엉뚱한 곳에다 떨어뜨리곤 했다.
당연히 경기는 지연되고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화가 난 영국인들은 골프장의 담장을 두 배로 높였다.
하지만 담타기의 명수인 원숭이들에게 그까짓 높이가 문제될 리 없었다.
영국인들이 그 작은 공에 그토록 미친 듯이 집착하는 것을 본 원숭이들은
더욱 신이 나서 골프공을 이리저리 굴리고 다녔다.
미스터 굽타가 말했다.
"결국 영국인들은 새로운 골프 규칙을 만들 수 밖에 없었소.
그것은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 경기를 진행하라'는 것이었소.
물론 이 새로운 규칙은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었지요.
엉뚱한 곳으로 골프공이 날아갔는데
원숭이들이 그 공을 주워다 홀컵에 떨어뜨리는 행운을 맛본 사람도 있었고......"
또한 간신히 홀컵 가까이 공을 보냈는데,
원숭이가 재빨리 집어가 물 속에 빠뜨리는 불운한 경우도 있었다.
행운과 불운이 매번 교차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시 짜이 잔을 들며 미스터 굽타가 내게 물었다.
"영국인들이 그 골프 경기에서 배운 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그 경기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은 골프 경기만이 아니라 삶 또한 그렇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의 계획대로 다 조종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매번의 코스마다 긴꼬리 원숭이가 튀어나와 골프공을 엉뚱한 곳에 떨어뜨려 놓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미소를 지으며 미스터 굽타가 말했다.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충고는 바로 이것이오.
좌절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여행을 계속하시오."
물론 나는 그의 충고를 받아들여,
시바 신의 심부름꾼이 하누만(인도의 원숭이 신)이 정해 준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며칠 늦기는 했지만 끈기를 갖고 기다려 준 인도 친구들과도 감격적으로 재회할 수 있었고,
12년 동안 벼르고 별렀던 마하 쿰부 멜라 축제에도 참석해
새벽의 갠지스 강물에 무사히 내 카르마를 씻어 보낼 수 있었다.
멋진 충고가 아닌가.
원숭이가 경기를 방해할 때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라!
-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 중에서 -
다 알 수 없기에 더 매력있는 삶인 것 같습니다.
원숭이의 방해에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고
결과는 모를일이니까요.
'좋은 글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래를 본다 (0) | 2010.10.27 |
---|---|
일생 중 행복의 시간은 얼마나 될까? (2) | 2010.10.26 |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2) | 2010.10.25 |
어부와 사업가 (2) | 2010.10.22 |
삶의 즐거움을 주는 좋은글 (0) | 2010.10.20 |
마음이 나를 덮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4) | 2010.10.15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승무원 동생 때문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2010.10.25 14:31 [ ADDR : EDIT/ DEL : REPLY ]좋은 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좋은 동생분 두셨네요^^
2010.10.25 16:49 신고 [ ADDR : EDIT/ DEL ]방문 감사해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