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어촌을 여행하던 사업가는 배를 정박해 놓은 부두 근처에
드러누워 하릴없이 담배나 축내고 있는 한 어부의 모습이 한심스러워 보였다.
그가 어부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니, 날씨도 괜찮은데 고기는 왜 안 잡으시오?"
그러자 어부는 태평스런 어투로 대꾸했다.
"오늘 잡을 몫은 충분히 잡았오이다."
"아니, 기왕이면 더 많이 잡는게 좋은 것 아니오?"
사업가의 말에 어부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래서 뭣하게 말이오?"
어부의 태도에 사업가는 답답하다는 투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뭣하긴, 더 많은 돈을 벌수 있지. 당신은 그 돈으로 모터를 사서 배에 달 수도 있고,
그러면 더 먼 바다로 나가서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거 아니겠소.
그러면 그 고기를 팔아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튼튼하고 큰 그물을 장만해서
훨씬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 아니겠소? 그러면 그만큼 돈도 더 벌게 되고,
얼마 안가 어선도 한척 더 마련할 것이고,
나중엔 큰 선단을 이끄는 선주도 될수 있는 거 아니오.
그렇게 되면 당신도 나처럼 큰 부자가 되는 것이외다."
사업가의 설명을 다 듣고 난 어부는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뭘 하죠?"
"뭘 하긴, 그런 다음에야 편안히 앉아 쉬면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거지."
그러자 어부는 사업가를 힐끗 한 번 쳐다보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오?"
<지혜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짭짤한 알갱이 소금 1> <유동범 엮음, 들녘미디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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