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11.28 바보는.. 범부는.. 현자는..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 (28)
좋은 글 소개2010. 11. 28. 23:01







"루트에리노 대왕의 말이 생각납니다. 바보는…"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

 난 스스로 놀랄만큼 차분하게 대답했다. 
카알은 여전히 그, 약간은 바보처럼 보이는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그렇지. 네드발군. 범부는?"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

 "현자는?"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지요."

 카알은 기분좋게 웃더니 시트 속으로 몸을 파묻으며 팔짱을 끼었다.

 "넥슨의 말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카알은 그 말을 작별 인사로 남기면서  자신의 사색 속으로 침잠해버렸다. 
좌중의 한 사람이 자기 속으로 몰입해버리니 다른 사람들도 대화를 계속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모두들 입을 다물고  제각기의 생각 속으로파고들었다.

 난 지루한 심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베어져나간 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음.  꺼끌꺼끌한 느낌이 참 괴상한 기분에 젖게 만드는군.
그 때 레니가 내 팔꿈치를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

 "저, 후치야. 그게 무슨 말이니?"

 "응?"

 "바보도, 범부도, 또 현자도 모두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한다고?"

 "하하하…"

 갑자기 아그쉬의 그 멍청한 인용이 생각나서난 웃어버렸다.
그러자 레니는 눈살을 찌푸렸고 난 즉각 사과했다.

 "다른 이야기가 생각나서 웃었어. 그 이야기는… 말 그대로지."

 "말 그대로라고?"

 "그래."

 "뭐가 그래?"

 "그냥 그래."

 레니는 눈썹을 곤두세우더니 말했다.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난 학교 같은 것 다닐 여유가 안되었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도 학교는 구경도 못해보고 자라난 사람이야. 그냥 생각해봐, 레니. 이건 별 것 없는 말장난이야."

 레니는 새침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난 말장난은 같이 웃을 수 있을 때만 좋아해."

 "하하. 그러니?
음. 앞을 보면서도 뒤에 따라오지도 않는 추적자를, 혹은 자신의 과거, 어제의 실수 따위를 생각하면서 
진구렁탕에 발을 빠트리는 사람이 있다면 넌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를 거지?"

 "바보…지?"

 "그래. 바보는 마치 곰곰히 생각하기만 하면 지나간 실수가 바로잡아질 것처럼 믿지.
과거는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 완전히 고정된 것인데 말이야."

 "그럼 범부는?"

 "범부도  어떤 의미에선 바보와 마찬가지야.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나간 실수를 생각해서 앞으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범부,  보통사람일 뿐이지.
하지만 범부라고 해봐야 결국은 그 사람도 과거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야.
바보든 범부든 과거라는 시간의 산물이지. 
바보는 그것에 매달리고, 보통 사람들은 그것에서 배운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

 제레인트와 아프나이델의  저 감춰진 시선을 느끼는 것은 퍽 유쾌한 일인걸?
두 사람은 모두 안듣는 척하면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능숙한 거짓말쟁이나 사깃꾼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자신의 행동을 잘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키키키키. 레니는 한참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가 그 풀려버린 표정 그대로 말했다.

 "그럼… 현자는?"

 "현자는 과거의 시간과 상관없는 존재가 현자야.
그는 현명하므로 과거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미래를 깨달을 수 있지.
사실 이런 사람은 드물지. 핸드레이크나 그렇게 불릴 수 있을까?
어쨌든 그런 사람들은 역사책을 읽지 않아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
왜냐하면…  그들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생각하니까. 
여기서는 사실 '앞' 이라는말과 '뒤' 라는 말이 다른 의미로 쓰이는 거야.
음,  그러니까 레니, 넌 지금 나의 앞을 보고 있지?"

 "그렇지."

 "그렇지만 만일 네가 내 앞모습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것을 생각해서 볼 수 있다면 넌 현자인 셈이지."

 "아… 그래?"

 "그래."

- 이영도의 드래곤라자 중에서 -



뜬금없는 판타지 이야기 입니다 ^^
읽고나서 몇 주 동안 이 내용이 머리를 맴돌아서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올립니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라보며.
때때로는 그것을 넘어서 보이는것 이면의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지혜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앞을 보지만 뒤를 생각하다.

Posted by 국제옥수수재단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어제 날짜로 되있는데, 지금 발행하신 건가요?
    '0'?

    2010.11.29 13: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드래곤라자 얘기가 나와서 살짝 웃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나서요 ^^

    요즘 정국도 어수선하고 한데 우리의 위정자들께서도 현자가 되시면 좋겠다 싶습니다.

    2010.11.29 13: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 옛날 생각나죠.
      이영도씨 판타지는 다시봐도 대작인 것 같습니다.

      정말 우리 시대에 현자가 필요하겠네요.

      2010.11.29 14:21 신고 [ ADDR : EDIT/ DEL ]
  3. 전 범부로 살아가기도 빠듯하네요. ㅎㅎ

    2010.11.29 14: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흠 선문답 같은 내용이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2010.11.29 14: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눈앞엣 것들에 현혹되고 연연하다 보면 이면이나 뒤쪽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도 문득 가만히 나 자신을 조망하면 제가 그러고 있더라는ㅋㅋㅋ;;;

    좋은 글 덕분에 다시금 저를 생각해보게 되네요.^^

    2010.11.29 15: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바보와 범부 이야기를 읽고 조금 뜬끔했네요...^^

    2010.11.29 16: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드레곤 라자. 재미있게 봤던 소설이었죠.
    잘보고갑니다^^

    2010.11.29 16: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재미있게 보고 최근에 다시 보는중입니다.
      이영도씨 소설들을 한번 달려보려고요.
      반가워요. 라이너스님.

      2010.11.30 23:47 신고 [ ADDR : EDIT/ DEL ]
  8. 바보와범부 그리고 현자의 차이는
    어찌보면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큰 차이가나네요..^^

    2010.11.29 21: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쉬우면서도 어렵고 어려우면서도 쉬운 것 같기도 하고......전 아직 현자 되기는 멀었나 봅니다 ㅠㅠ

    2010.11.29 22: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드래곤라자!!!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슬슬 나는군요 ㅎㅎ

    2010.11.29 23: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하지만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저는 '바보'입니다. ^^;;;

    2010.11.30 13: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곰곰히 읽으면서 많은 것을 얻어가네요.
    저는 왠지 바보와 범부의 경계에 있는 듯한ㅎㅎㅎ
    바보처럼 과거에 집착하면서도 범부처럼 배우는 것도 있고..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판타지쪽은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기회에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군요...

    정말로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

    2010.11.30 14: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드래곤라자 꽤 괜찮아요.
      새로운 세계관과 그 충실한 세계관 아래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들.
      즐기면서도 생각할게 많은 소설이에요.

      2010.11.30 23:49 신고 [ ADDR : EDIT/ DEL ]
  13. 상당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과거라는 측면에서 움직이는 저는 바보 아니면 범부이겠군요.
    현자처럼 뒤에 숨겨진 모습이나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없으니깐요.ㅎㅎ

    2010.11.30 14: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현자는 원래 쉽지 않은거 아닐까요?
      저는 범부로만 충실하게 살아도.. 만족 할 듯 합니다.
      이면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과거에 매여 살지 않는 것만으로도 족 할 듯.

      2010.11.30 23:51 신고 [ ADDR : EDIT/ DEL ]
  14. 뭔가 쉬운것 같으면서도 어려운데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포스팅이네요.
    과거 집착하지 않기란 힘들죠. 저두 바보인걸까요...

    2010.11.30 15: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맞아요. 말은 간단해도.
      과거에 매이지 않기가 쉽지않죠.
      계속 후회되고 생각나고 꿈도 꾸고.
      그래도 화이팅.

      2010.11.30 23:52 신고 [ ADDR : EDIT/ DEL ]